쌀알이 어지럽게 튀어 오른다. 남자는, 미간을 찌푸린 채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짐짓 심각한 표정으로 정신없이 흩뿌려진 쌀알들을 분석하는 재현을 쳐다본다.
허어ㅡ. 깊게 한숨을 내쉬며 손으로 턱을 쓸어내리는 재현에 남자는 거의 울기 직전의 상태로 자세를 고쳐 무릎을 꿇었다. 그런 남자를 안쓰럽게 바라보던 재현이 아무도 없는 주위를 괜히 경계하다 남자에게 살짝 손짓했다. 그리고 작게 속삭인다. 네 위에… 귀신 있어.
“네?!”
“이것 참 심각하구만… 며칠 전부터 좀 뻐근하지 않았나?”
별거 아닌 일에 신경질 나고, 잠도 잘 안 오고. 맞지? 확신에 찬 재현의 눈동자에, 뭐에 홀린 듯한 남자의 얼굴이 가득 찼다. 그러고 보니 요즘… 여기저기 조금 쑤시는 것 같기도… 남자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무릎을 탁! 소리 나게 친 재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럴 줄 알았다는 듯한 모션을 취한 재현이 진지한 눈빛으로 남자를 바라보며 말한다. 내가 원래, 웬만한 건 그냥 복채로 끝내는데…
“마, 많이 심각한가요? 저 어떡하죠?”
“붙은 놈이 꽤 악질이야. 내가 자네 안쓰러워서 굿 한 번 해줄게. 딱 20. 20만 줘.”
선심 쓰듯 내뱉는 재현의 말에 남자는 의심의 여지 없이 고개를 세차게 끄덕였다. 여전히 덜덜 떨리는 손으로 지갑에서 10만 원짜리 수표 2장을 꺼내 든 남자가 도도히 내밀어진 재현의 손에 소중히 쥐여 주었다.
작은 탁자 밑 바구니에 수표를 고이 모셔둔 재현이 결심한 표정으로 일어나 방울을 짤랑짤랑 흔들며 이상한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몸을 잘게 떨다가 다리를 덩실거리기도 했다. 이상한 노래에 이상한 리듬을 타며 이상한 춤을 추는 재현의 모습을 남자가 이상하다는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영화에서 저런 걸 본 것 같기도 하고… 원래 굿은 다 저렇게 하나? 남자의 고개가 갸우뚱한 것을 본 재현이 슬쩍 눈치를 보더니 몸을 더 세차게 흔들며 큰 소리로 노래를 불렀다. 남자의 의아함이 점차 의심으로 바뀔 때쯤 둔탁한 소리와 함께 재현이 남자의 머리를 가격했다. 맞은 부위를 두 손으로 감싼 채 방 안을 데굴데굴 구르는 남자의 모습에 아주 조금 미안했지만 재현은 다시 능청스럽게 노래를 부르며 춤을 추기 시작했다. 어허, 물렀거라- 물렀거라-
약 10분가량을 노래하고 춤추던 재현이 단전에서부터 끌어올린 우렁찬 기합소리와 함께 방울 흔들던 것을 멈추고 땀을 닦으며 자리에 착석했다. 중간중간 재현에게 몇 차례 더 얻어맞은 남자가 제 몸 이곳저곳을 어루만지며 울기 직전의 표정으로 자세를 고쳐 앉았다. 잠시 숨을 고르던 재현이 이제 다 된 거냐는 눈빛으로 애처롭게 저를 바라보는 남자를 쳐다본다. 이쯤에서 보내 줘야지. 그리고 그 남자의 위에는,
“…악!”
“악, 악! 왜요! 왜요? 아직 아 아 안 떨어졌어요?”
“꺼져, 꺼져! 넌 그거 평생 못 고쳐! 꺼져!”
방 한쪽 구석에서 빗자루를 챙겨 든 재현이 여전히 꺼지지 않은 남자에게 달려들었다. 빗자루를 휘두르며 돌진하는 모습에 남자는 겁에 질려 신발도 신지 않은 채 밖으로 도망쳤다. 재현은 남겨진 남자의 운동화를 빗자루로 쓸어 현관 밖으로 내던졌다. 그리고 빗자루도 함께 내던졌다. 영혼까지 함께 던져진 기분에 터덜터덜 방 안으로 돌아오니 온몸에 소름이 돋는다.
여태껏 사기 행각을 해오면서 제 무당 연기 들킬 뻔한 귀신 같은 사람은 만난 적 있어도 진짜 귀신을 본 건 처음이다. 내 굿이 효과가 있던 건가…? 외계인, 귀신 뭐 그런 거 믿어본 적 없어서 무서워하는 타입도 아니고, 귀신의 집 가도 알바생들에게 어이구 고생하십니다 하며 인사나 하고 나오는 재현이지만… 실제로 만나면 얘기가 좀 달라지지. 남자의 어깨에 보란 듯 올라타 있던 덩치 큰 귀신의 모습이 아직도 생생히 떠올라 고개를 세차게 저었다. 혹시나 싶어 입에 처넣은 소금이 지나치게 짜다.
“…뭐야, 이 미친놈아!”
“미친놈이라니. 말이 좀 심하시네요…”
차마 넘기지 못한 입안의 소금들을 뱉어내려 휴지를 찾느라 두리번거리던 눈에 웬 사람 비슷한 형체가 잡혔다. 분명 여기에는 나밖에 없을 텐데? 눈을 두어 번 비비고 제대로 그 형체와 마주하니 아까 그 귀신이 아니던가. 마주친 두 눈에 재현은 제 입에 있던 소금을 그대로 뿜었다. 아, 드럽게. 남자의 몸을 그대로 관통하여 바닥에 안착한 침과 섞인 소금덩이들은, 이미 알고 있었지만 다시 한 번 눈앞의 남자가 귀신이라는 것을 증명해주었다. 재현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
“이제 좀 진정이 되셨나요?”
“너 뭐야, 너 뭐냐고.”
“뭐긴요, 귀신이죠.”
맹한 웃음 지어 보인 귀신이 소금덩이 없는 바닥을 골라 벌러덩 드러누웠다. 손으로 머리를 받치고 누워 콧노래 부르며 방 안 이곳저곳을 둘러보는 폼이 마치 집주인 인양 편안하다. 놀란 것도, (아주 조금) 무서웠던 것도 좀 가라앉은 재현이 기가 찬 듯 콧방귀를 뀌었다. 몰래 느릿느릿 손을 움직여 한 움큼 집어 든 팥을 집 구경에 정신 팔린 귀신에게 던져보았으나 무참히 실패. 팥알이 데구르르르, 방바닥을 활보함과 동시에 귀신이 박장대소를 했다. 귀신 주제에 나를 비웃고 앉았네. 재현의 눈썹이 한 번 꿈틀, 움직였다.
“무당이세요?”
“보면 몰라? 그래서 내가 너 보고 있잖아.”
무당이냐는 질문에 정곡 제대로 찔렸지만 늘 그랬듯 태연히 대처하는 재현을 귀신이 어이없다는 듯 쳐다본다. 귀신이라면서 생긴 것도 인간이랑 똑같고, 나랑 말도 하고. 뭐야 별거 없네. 생각한 재현이 꼿꼿이 세웠던 허리를 편하게 굽혔다. 물론 자신에게 어떤 해코지를 할지 모르니 여전히 긴장의 끈은 놓을 수 없었지만. 흥미롭게 재현을 바라보던 귀신이 나지막하게 입을 열었다. 저기요.
“님 가짜죠?”
“아니거든!”
제대로 욱한 재현이 귀신을 향해 팥이고 소금이고 마구잡이로 집어 던졌지만 약올리듯 모조리 관통하는 탓에 더 열이 뻗쳤다. 아니거든? 나 가짜 아니거든. 진짜 무당이거든? 씩씩거리는 재현에게 다시 한 번 맹한 웃음 보인 귀신이 손가락으로 천장을 가리키며 말했다. 그럼 나 저어기로 보내 봐, 빨리. 휘파람 불며 하늘로 향한 손가락을 빙글빙글 돌리는 귀신에 재현의 귀가 새빨개졌다.
이 새끼 몇 살인데 반말이지? 나 지금 귀신한테 농락당하는 거? 푹 숙여버린 고개 탓에 위로 올라온 재현의 뒤통수에서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는 것 같았다. 콧김 내뿜으며 일부러 큰 알갱이만 골라낸 팥알들을 던져보아도 통할 리 만무했다. 어느새 귀신은 아빠다리를 한 채 재현과 마주 보고 앉아 있었다.
“무당님.”
“뒤질래.”
“이미 뒤졌는데 저를 또 죽이시는 건가요.”
“너 진짜 죽었냐?”
“가짜로 죽는 것도 있나요. 아무튼, 무당님.”
“뭐 인마.”
대놓고 저를 놀리는 귀신에 이번에 팥이 든 통을 통째로 집어 던질까도 생각했지만… 자기가 이미 뒤졌다고 말하는 귀신이 조금 안쓰러운 것 같기도. 무표정일 때는 좀 날카롭게 생겼나 했는데 맹한 웃음이 약간 바보 같기도.
무당님은 이름이 뭐예요? 재현의 머리 위로 큰 물음표가 하나 올라왔다. 이게 무슨… 내가 귀신이랑 통성명까지 해야 하나. 아, 빨리 알려주세요. 재촉하는 귀신에 재현이 어색하게 제 이름 석 자를 내뱉었다. 제 이름은 말이죠. 꼴에 이름도 있냐며 들어나 보자는 생각으로 심드렁히 귀신의 얼굴을 본다. 잘생기긴 했네, 귀신 주제에.
“이주연.”
“이주연?”
“네. 그러니까 자꾸 귀신귀신 하지 말아주세요, 정 없어요. 그리고 칭찬 감사합니다.”
아하, 그렇구나. …이 새끼 사람 생각도 읽네? 시시각각 변하는 재현의 표정에 귀신 아니고 주연이 또 박장대소했다. 뭐가 그리 즐거운지 배 부여잡고 신나게도 웃어대는 통에 재현은 괜히 민망해져 머쓱하게 뒷목이나 몇 번 긁고 말았다. 엄청 잘 웃네.
쪽팔려 하다 문득 정신이 들었다. 지금 뭔데 얘랑 계속 이러고 있는 거지? 아무래도 오늘 더 이상의 영업은 글렀다고 생각한 재현이 예약 손님이 없음에 안도하며 현관문으로 향했다. 사기를 치더라도 본새 나게 쳐야 한다며 언젠가 밤새 공들여 만들었던 OPEN 팻말을 뒤집어 CLOSED로 바꾼다. 주연은 가만히 앉아 재현의 동태를 지켜보고 있었다.
이상함을 느낀 재현이 조용히 고개를 돌리자 주연과 시선이 닿는다. 눈이 마주치면 주연은 반쯤 덜 뜬 눈을 깜빡거리며 재현을 향해 미소를 지어 보인다. ˙◠‿◠ 뭐야, 이 미친… 재현의 표정이 황당하다는 듯 일그러졌다.
안 가고 뭐 하는 거지. 재현이 대놓고 반복적으로 생각했다. 안 가고 뭐 하는 거지, 안 가고 뭐 하는 거지. 안 가고 뭐 하는 거지. 이러면 얘도 알아듣겠지? 하지만 이에 굴하지 않고 만면에 미소를 띤 주연이 요지부동이던 자세를 바꾸어 바닥에 대자로 드러누웠다. 오늘만 해도 이놈 때문에 심장이 두 번이나 떨어질 뻔하고 기가 몇 번이나 차는 건지. 두통이 밀려오는 기분에 재현이 이마를 부여잡았다.
“야, 안 가?”
“네, 안 가요.”
“미쳤냐?”
“근데 여기 등 배기네요. 저 좀 일으켜주세요.”
뻔뻔스럽게 제게 손을 뻗는 주연을 한 대만 때리고 싶다 생각했지만 그럴 수 없었다. 근데 내가 널 어떻게 일으키냐? 다 뚫릴 텐데. 부러 툴툴거리면 주연이 은은하게 띤 미소 유지한 채 대답한다. 제가 조절할 수 있어요. 이젠 뭐라 대꾸할 힘도 없는 듯 고개를 내저은 재현이 주연의 손을 잡고 일으켰다. 감사합니다! 밝게 외치고 능청스럽게 저의 방으로 향하는 주연의 모습에 또 기가 찼다. 분명 잠겨있을 자신의 방문을 그대로 통과하여 들어가는 모습에 또또 기가 찼다. 보아하니 여기서 나갈 생각이 없어 보이는데, 귀신이랑 강제로 동거하는 건가. 내가 사기꾼이라고 지금 벌 받는 거? 두통이 밀려오는 기분이 아니라, 진짜로 두통이 밀려왔다.
굿 보이!
이주연이재현
재현은 몹시 피곤했다. 지난 하루가 어떻게 마무리되었는지의 기억도 흐릿하다. 너 진짜 여기서 살 거냐? 네. 아이고. 같은 대화만 수십 번은 반복하다 까무룩 잠들었던 것 같은데. 눈 뜨자마자 저를 보며 굿모닝 인사하는 주연 덕에 재현은 아침부터 약국 들러 두통약 하나 사왔다. 약 사러 가는 길에도 어떻게 집에 두통약이나 진통제 하나 구비를 안 해두냐며 잔소리하는 주연 덕에 귀마개도 하나 살까 고민했다.
마음 같아서는 오늘 하루 파업하고 싶었지만 예약 손님이 있었기에 그럴 수 없었다. 간만의 예약 손님이니 만반의 준비를 해서 사기를 쳐야 한다. 어제 갑자기 나타난 주연 덕분에 일찍 영업을 접었으므로 오늘 확실히 두둑하게 땡겨 벌기 위해선 예약 손님을 잘 잡아야 하기 때문에. 알록달록한 한복으로 갈아입는 재현을 빤히 쳐다보던 주연이 입을 열었다.
형. 내가 왜 형이야. 저 스물셋이에요. 내 나이는 어떻게 알아. 스물넷이잖아요. 너 내 이름도 다 알면서 물어본 거지. 진짜 귀신 너는…
“귀신 말고 주연이요.”
“그래, 주연이. 주연이는 언제까지 나를 소름 돋게 할 거냐?”
“아무튼요, 형. 저 여기 있는 거 불편하죠.”
“…솔직하게 말하면 상처받아?”
“…형 마음 잘 알겠어요. 그러니까 저희 계약을 해요, 형.”
“무슨 계약.”
“저 딱 한 달만 여기서 살게요. 대신 지내면서 형 무당일 도와줄게요. 어때요?”
재현에게는 최고의 조건이 아닐 리 없었다. 솔직히 마음만 먹으면 계약 그딴 거 없이도 여기 눌러살 수 있을 텐데, 무당일까지 도와준다? 재현의 눈이 반짝였다. 주연은 머리 굴리느라 아직 바깥으로 나오지 못한 재현의 왼쪽 팔을 마저 빼내 옷매무새를 정리해주며 말했다. 대신 조건이 하나 있어요.
조건이라는 말에 재현의 눈에 생기가 사라졌다. 제발 자기 한 풀어달라는 것만 아니었음 좋겠다고 속으로 빌었다. 내가 지금 무당일도 다 구라 치면서 하는 건데 한을 어떻게 푸냐고.
“왜 웃냐.”
“저는 한 같은 거 없으니까 걱정 마세요. 그런 거 있었으면 여기 가만히 안 있어요.”
“너 진짜 그 생각 읽는 것 좀 어떻게 해 봐.”
“조건 안 들을 거예요?”
“뭔데.”
“저 있는 곳에 한 번만 가주세요.”
납골당 말하는 거예요. 그동안 누가 한 번도 온 적이 없어서.
잠깐의 정적. 물어보고 싶은 말 많았는데 그냥 고개 두어 번 끄덕이고 말았다. 주연은 금세 눈 접어가며 웃더니 그럼 한 달은 합법적으로 있는 거라며 신나서 현관문 팻말 OPEN으로 바꾸고 왔다. 머릿속이 복잡해졌으나 좋은 게 좋은 거다 생각하고 넘어가기로 했다. 주연에게 생각을 들킬까 그런 것도 있고, 솔직히 이재현한테 너무 유리한 조건이라 안 넘어가고는 못 배기겠더라.
*
대박이 났다. 10분 동안 춤추고 노래하며 굿 시늉하고 받은 수표 2장은 이제 성에 차지도 않을 만큼.
‘여자 귀신이 저 사람 손목 잡고 있어요. 아프겠다. 왼쪽 손목이요.’
“요즘 손목이 좀 아프진 않았고? 특히 왼쪽.”
환상의 티키타카. 무당 이재현 용하다고 입소문 나서 산 넘고 물 건너 재현을 만나러 오는 사람도 생겼다. 안 그래도 요즘 장사 안돼서 쉬는 날 하루 없이 매일 문을 열어도 전처럼 먹고 살까 말까였는데, 이제 월요일 정도는 휴무라고 당당히 써넣어도 될 만큼 갑자기 손님이 늘었다. 주연과 함께 일한 지 일주일 만에 일어난 일이다.
주연은 재현에게 종종 생색냈으나 재현의 그려, 고마워. 한 마디면 사르르 웃고 말았다. 세상 만족하는 미소 볼 때면 재현 마음 한구석이 이상했다. 귀신이 이렇게 웃을 거라는 생각을 평소에 해본 적이 없어서 그런 건가. 하지만 이주연은 정말 그냥 사람 같은데. 생각 함부로 했다가 주연에게 상처 줄까 봐 고개 도리도리 젓고 저녁 뭐 먹지, 이런 고민이나 우렁차게 했다. 그러면 주연은 게임하다가 금방 오버되고 쪼르르 달려와서는 오늘 저녁 삼겹살 어때요? 같은 말을 하며 들뜬 모습을 보이는 것이다. 이게 동정인지 연민인지, 아니면 고작 일주일 같이 살았다고 그새 옅은 정이 든 건지 재현은 알 방법도 생각도 없었지만, 할 수 있는 선에서 주연에게 모든 걸 해주고 싶다는 마음이 문득 들 때마다 화장실 문 걸어 잠그고 머리 싸맸다. 많은 도움 받고 있으니까 그럴 수 있겠다는 생각도 하지만… 내가 귀신한테 느끼는 이 감정이 대체 뭐야. 한 번은 너무 오래 화장실에 처박혀서 주연이 걱정스레 유산균을 권한 적도 있다.
침실이 좁아 늘 주연과 나란히 잠들 수밖에 없었다. 거실로 내몰기엔 날이 점점 추워지고 있으니까. 귀신도 추위를 느끼나? 그건 모르겠지만. 한 달 계약 후 첫날밤은 조용히 지나갔다. 둘째 날 밤에는 주연이 재현과 만나기 전의 귀신 생활을 이야기해줬다. 셋째 날 밤에는 재현이 먼저 이야기해달라 졸랐다. 넷째 날 밤에는 재현의 이야기를 했다. 날이 갈수록 취침시간이 조금씩 늦어졌다. 주연은 재현의 이야기가 궁금한 모양인지 금방 잠들 것 같은 얼굴을 하면서도 더 듣고 싶다고 고집부렸다.
“형은 저한테 뭐 더 궁금한 거 없어요?”
“음…”
“으음~”
“너 살아있을 때 하고 싶었던 거 없어?”
정말 묻고 싶은 말들은 저 너머에 묻어버렸다. 고르고 골라 괜찮은 질문을 하나 건졌다. 한참 고민하던 주연이
“저 피씨방 가고 싶어요.”
라 말해서 재현이 감았던 눈을 도로 뜨고 진심이냐? 반문했다. 재현의 물음에 주연이 허허, 하고 웃다가 덧붙였다. 뭐 놀이공원이나… 그냥 흔한 것들 있잖아요, 그런 건 누가 같이 있어야 할 만 하니까. 그게 좀 아쉽죠. 혼자는 재미없잖아요. 아무튼 얘는 사람 심리 건드는데 뭐가 있다고 재현이 속으로 생각했다. 그래 봤자 주연은 다 들었겠지만.
그날부터 이재현의 혼놀투어 시작된 거다. 물론 늘 옆에 이주연이 있긴 했지만. 좋은 점은 사람 한 명 어치의 돈만 있으면 된다는 거였고, 나쁜 점은 가끔… 재현이 이상해 보일 수 있다는 거.
“아무도 태우면 안 된다니까요.”
“저기 홀수로 오신 손님분들이 계ㅅ,”
“저 미친놈이에요. 여기 옆에 누구 탔다가는 큰일 날지도 몰라요.”
옆자리에 이주연이 탔다는 사실은 이재현 빼고 아무도 모를 것이기 때문에 재현은 스스로 미친놈을 자처할 수밖에 없었다. 재현의 흉흉한 눈빛 마주한 캐스트는 당황스러운 미소와 함께 뒤쪽으로 사라졌다. 타는 도중 찍힌 사진에는 겁먹은 이재현이 눈 질끈 감고 있었다. 종종 귀신이 사진에 찍혔다는 썰들을 봐서 내심 주연과의 투샷 찍혔을까 기대했는데 그냥 엽사나 하나 건지고 말았다. 넌 롤러코스터 이런 게 재밌냐? 사실 전 별 느낌 없는데 형 보는 게 재밌어요. 재현은 이러다 제 명이 줄어서 곧 귀신끼리 투어 다니는 건 아닐지 진지하게 걱정했다.
이주연 데리고 간 피씨방에서는 화면이 혼자 켜져 이러쿵저러쿵하면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 일이에 제보 당할지도 모르는 일이라 이주연 무릎에 이재현 앉혀두고 게임 했다. 이재현은 본인이 허공 스쿼트하는 사람으로 보일 거라는 생각은 못하고 신박한 아이디어라며 감탄이나 연발했다. 포장마차 가서는 이 형에게 한 수 배우라고 큰소리치던 재현이 먼저 취해버렸다. 몸 못 가누게 취해버려서 결국 주연이 재현을 질질 끌고 가야 했다. 덕분에 이재현 운동화 앞 코가 다 닳았다. 왜 끌고 갔냐는 말에는 자기가 재현을 업어버리면 아홉 시 뉴스에 떴을 거라고 했다. 재현이 금방 수긍했다. 취한 와중에 저를 쳐다보는 주연이 꽤 잘생겼던 모양인지 존나 잘생겼네… 라고 했다는 걸 주연이 해맑게 말할 때는 저 팥통 안에 머리라도 처박고 싶은 심정이었다. 괜히 부끄러워 너 생각 읽는 것 좀 어떻게 해라, 소리쳤다가
“형 그거 생각 아니고 말로 하신 건데요.”
라는 대답에 짧은 비명과 함께 이불 속으로 몸을 숨겨버렸다. 쪽팔려서 얼굴은 화끈거리는데 웃음이 실실 비집고 나오는 게 나 왜 이렇게 즐겁지 싶더라. 놀이공원에서 이상한 취급 당했어도 하나도 쪽팔리지 않던 것도 그렇고. 이재현은 이게 대체 무슨 심정인지, 혹시 나도 모르게 내가 이주연을 낳은 적 있는지도 고민했다. 연애 좀 하고 싶다고 소개팅 나가고 별짓을 다 해도 애인 한 번 안 생기더니, 사랑은 불시착? 이거 혹시 사랑? 이주연이 사람이었으면 이렇게 고민하지도 않았을 거다. 어디서 사랑은 원래 개연성 없는 현상이라고 들었는데 그렇다고 귀신이랑 이래도 되는 건지. 그렇다기엔 이주연과 같이 한 것들이 다 데이트의 그것이긴 했다. 이 생각도 주연이 들을까 봐 제가 아는 노래 중 가장 비트가 빠른 부분 틀어놓고 가사 중간마다 고민 끼워 넣었다. 잘못된걸내가놔둘리가 이거혹시사랑인가 상처따윈빨리아무니까 내가지금얘한테설마 아마니가하나있던편견까지 어우어지러워.
주연과의 계약이 일주일밖에 남지 않았다. 귀신이 한우도 먹을 줄 알고 취할 수도 있고 잠도 잘만 잔다는 거 주연 덕분에 알았다. 모든 귀신이 다 이런 건지, 주연이 특수한 케이스인 건지. 제 옆에서 세상모르고 잠든 주연을 멍하니 쳐다보다 긴 한숨을 내쉬었다. 이제는 이별이 아쉽다는 생각마저 드는데. 이 아쉬움이 차라리 앞으로 돈은 어떻게 버나 싶은 마음에서 온 막막함이면 좋으련만, 그게 아닌 걸 알아서 앙다문 입술을 비집고 자꾸만 한숨이 새나온다.
납골당 한 번 가는 거 뭐 어려운 일이라고 얘는 나를 이렇게까지 도와주나. 본인 쫓아낼 궁리부터 하던 사람인데. 비록 주연이 하고 싶다던 거 대부분을 같이 해줬지만 영 성에 차질 않았다. 머리 굴리던 재현이 핸드폰을 들어 누군가에게 문자를 보냈다.
“그럼 저 혼자 여기 지켜요?”
“엉. 걔는 진짜 무당이라 따라갔다가 너 보내버릴지도 몰라.”
주연이 티 나게 서운해했지만 이번엔 거짓말 아니고 진짜 무당을 만나러 가는 거라 어쩔 수 없었다. 만약 걔가 뭣도 모르고 이주연부터 날려버리면 어떡해. 이 주 동안 연은 날려도 이주연을 날릴 수는 없으니까… 오늘 저녁에 삼겹살 먹자는 말로도 주연의 마음 돌릴 수 없었다. 일부러 우리 주연이 미안해, 속으로 삼창했다. 안 그런 척했지만 주연은 재현이 ‘우리 주연이’라고 불러준 날이면 하루종일 은은한 미소를 띠고 다녔으므로.
“너 왜 귀신을 달고 다니냐.”
진짜 무당은 뭐가 달라도 다르구나. 팔뚝에 오소소 돋은 소름 감춘 재현이 자리에 앉아 본론부터 이야기했다. 야, 귀신 도와줄 방법 없어?
“귀신 도와주는 방법은 저 위로 보내주는 것밖에 없는데.”
“…그게 최고야? 그보다 한도 없는데 구천을 떠돌 수가 있나?”
“마음에 묶여 있는 게 있으면 그럴 수도 있지.”
“그걸 따로 알 수는 없나?”
“응. 근데 뭔데. 왜 그렇게 마음을 쓰는 건데?”
“마음 가는 데에 이유가 어디 있어, 인마. 아무튼… 내가 할 수 있는 건 없다는 거지?”
뭐 때문에 물어보는지 대충 감은 오는데, 너무 정 붙이지는 마. 어차피 금방 떠날 거.
명쾌한 대답 대신 찜찜함만 잔뜩 안고 돌아왔다. 어차피 금방 떠날 거라는 말이 마음에 콕콕 박혀서 집 근처 다 왔어도 몇 바퀴나 뱅뱅 돌기만 하다 들어서니 맨바닥에서 잠든 주연이 보였다. 얘는 왜 또 딱딱한 바닥에서 자고 있는 거야. 새근새근 잘도 자는 주연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다 볼 한 번 쿡 찔렀다. 말랑한 촉감을 기대했으나 그대로 관통하는 탓에 조금 울컥했다. 너무 정 붙이지 말라는 말이 공기 중에 둥둥 떠다니는 것 같다. 이미 줄 정 다 줬는데, 큰일이다.
재현은 취중 진담을 믿는 편이다. 술이 좀 들어가면 속에 담긴 말들은 어쩔 수 없이 밖으로 나올 수밖에. 내가 이주연 보고 존나 잘생겼다고 한 것처럼. 지난번 포장마차에서 주연의 주량도 모르고 같이 부어라 마셔라 하다가 낭패를 봤기 때문에, 물부터 시작해 상쾌환, 초코우유, 그리고 어디서 숙취 해소에 좋다고 들어본 적 있는 계란 노른자까지 만반의 준비를 했다. 주연아, 오늘 술 한잔하자. 이주연이 취하기 전까지 절대 취할 수 없다는 게 이재현의 목표였으나,
“형. 이제 그만 마셔요.”
“젠장……”
그게 쉬울 리가. 한숨 푹푹 내쉬며 뭐라 웅얼거리는 이재현 빤히 바라보던 주연이 먼저 입을 열었다. 뭐가 그렇게 궁금해서 몸까지 버려가며 이래요, 형. 형이 물어보면 나는 그냥 대답해줄 텐데.
“야, 주여나.”
“응.”
“너는 한도 없다는 애가 마음에 뭐가 그렇게 묶여 있어서 여기 계속 있냐…”
“……”
“네가 떠나버렸으면 좋겠다는 게 아니라, 걱정돼서 하는 말인데… 진짜로.”
“알아요, 걱정돼서 하는 말인 거.”
주연은 살아있던 생에 혼자 있던 시간이 더 많았다. 뭐 대단히 불쌍한 사연은 아니고 그냥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된 건데, 지금 길게 말해봤자 기억 못 할 거라고 중간 이야기는 그냥 건너뛰어 버렸다. 혼자 있던 시간이 많았고, 그래서 사람들 틈에 있는 게 좋았는데 우연이지만 납골당에서도 주연의 양옆 자리가 오래도록 비어있어 괜히 외로웠다고 말했다. 자기가 생각해도 별건 아닌데 살아있을 때 그랬던 게 지금 이렇게 작용하는 것 같다고, 어쩌다 죽었는지, 그냥 흔한 죽음이라 본인은 괜찮은데 (흔한 죽음이 어딨냐고 고함치는 이재현 때문에 흔하진 않지만 적당한 죽음이라고 정정해야 했다.) 형이 울까 봐 말 못해주겠다고 웃어 넘겼다. 웬만하면 잘 안 우는 이재현이 술기운에 눈물 그렁그렁 매달자 그래도 형이랑 지내면서 다 풀린 것 같다고 덧붙이는 것도 잊지 않았다. 이주연 이야기 다 듣고 막잔 원샷한 재현의 마지막 기억은 주연에게 다가가 꼭 안아준 것이었다. 물론 제대로 취해서 녹아내리느라 남이 보면 안긴 꼴이긴 했다.
시간의 흐름은 흐르길 바랄 때 가장 느리고 원치 않을 때 가장 빠르다. 약속한 한 달의 마지막 날, 둘은 함께 납골당으로 향했다. 가는 길에 주연이 좋아하는 수제비 집 있다 해서 마주 보고 앉아 수제비도 먹고 (혼자 3인분 시키는 재현에게 주인분이 서비스로 사이다를 주셨다. 주연이 옆에서 형은 제 덕분에 공짜로 사이다도 받는다고 우쭐거렸다.) 근처에 유채꽃밭 있길래 같이 걷기도 했다. 주연이 가장 좋아하는 꽃이 장미꽃이래서 납골당 근처에서 꽃도 샀다. 주연의 자리에 제일 좋아한다는 꽃도 놔주고, 몰래 쓴 편지 야무지게 붙이기도 했다.
이제 남은 건 정말 이별뿐이었다. 납골당 근처에서 한참을 말없이 걸었다. 사람 없는 한적한 곳에 나란히 서서 무슨 말을 꺼내야 할지 한참을 고민했다. 만약 주연이 정말 저 위로 가버리는 거라면 지금 하는 말들이 다 무슨 소용일까 싶었지만, 재현은 속에서 제일 괜찮은 단어들을 고르고 골랐다.
“네가 나랑 있으면서 다 풀렸다고 했던 게 빈말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
“나는 너랑 있으면서 무지 좋았어. 그러니까…”
“……”
“어디 다른 인간한테 가서 붙어있지 마. 그러면 하늘 끝까지 쫓아가서 너 잡아올 거야.”
“빈말 아니에요. 형이 제 마지막 사람인 거 알잖아요.”
입맞춤에는 망설임이 없었다. 눈물이 나오려는 걸 참느라 숨이 쉽게 모자랐다. 입술을 떼고도 한참을 눈만 맞추다가 주연이 먼저 등을 보였다. 자기가 사라지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다고 했다. 주연의 뒷모습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바라보다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았다. 아까 참았던 눈물이 한 번에 터져 나와 가슴이 답답했다. 아이처럼 울다가, 또 아직 멀리 못 간 이주연이 듣고 있을까 봐 숨죽이고 자리를 떴다. 그대로 집에 들어갈 자신이 없어서 주연과 처음으로 갔던 포장마차 들어갔다. 데려다 줄 귀신 없어서 조금씩만 홀짝였다.
알딸딸한 기운으로 우울함 덮은 채 집으로 향하는 길이 외롭다. 한 달 같이 붙어있었다고 벌써 옆구리가 시린 게, 겨울이 다가와서 그러려니 혼자 합리화했다. 문 열면 이젠 이주연 없는 방이 재현을 맞이할
“…악!”
줄 알았는데.
“…뭐야? 너 뭐야?”
“아, 형…”
방 한가운데에 웬 귀신인지 사람인지 벌러덩 누워있어서 술기운이고 뭐고 다 달아났다. 몸 일으켜 머쓱하게 웃는 미소 보고 정신 차렸다. 이주연이 왜 여기서 나와…?
“너 왜 여기 있냐고!”
“……”
“……”
“…저 있어서 싫어요?”
“아아니 아니, 그건 아닌데.”
야 주연아 삐쳤냐? 주연아. 주연아? 형 좀 봐봐. 엉?
왜 안 돌아가는지는 주연도 모르겠다고 했다. 납골당에 가기 하루 전, 심장 부근이 뭔가 저릿한 게 내일이면 정말 떠나겠구나 실감했다. 재현과 납골당 근처를 걸을 때까지만 해도 비슷한 느낌이 들어 재현이 보기 전에 작별인사를 해야겠구나 싶었는데, 굿바이 키스를 나눌 때 통증이 점점 잦아들더니 등 돌려서 최대한 멀리 걸어가다 들린 재현의 울음소리에 바로 통증이 멎었다. 기다리면 저절로 사라지겠지… 싶어 하릴없이 돌아다니는데 사라지긴커녕 이재현 지금 뭐 하나 궁금한 마음만 들어서 그냥 집으로 돌아와 벌렁 누워버렸다. 음, 내 집 같은 편안함. 한참 기다리다 걱정되는 마음에 찾으러 갈까 싶던 참에 이재현 생각소리 들리기에 그냥 누워 기다렸더니 아니나 다를까 두 눈 퉁퉁 부은 이재현이 등장했고.
다시 봐서 좋긴 좋은데 이 알 수 없이 찝찝한 기분은 뭐지. 일단 아까 그 난리부르스를 쳐놓고 반나절도 안 지나 다시 마주한 게 머쓱하기도 했다. 큼큼, 헛기침 몇 번 한 재현이 핸드폰 들어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어어, 난데… 늦은 시간에 미안하다, 내가 좀 급해서. 귀신이 저 위로 올라가려다가 마는 건 대체 뭐라고 설명할 수 있냐…?
- 다른 묶여있는 게 생긴 거네.
“다른 묶여있는 거?”
- 본인이 돌아가기 싫은 이유가 있어서 그런 거지.
본인이 돌아가기 싫은 이유? 재현이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리다 아닌 척 제 통화소리에 귀 기울이는 주연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둘의 눈이 마주친다. 어, 고맙다. 조만간 또 연락할게, 밥 먹자. 대충 전화를 끊은 재현이 의미심장한 미소를 짓는다.
“야, 너 나 많이 좋아하는구나?”
“좋은 자신감이네요.”
“그럼 왜 못 가는데. 저 위로. 어? 말해봐.”
“………형, 귀신도 부끄럼 타요.”
귀신이 이렇게 구천을 오래 떠돌아도 되는 건지, 인간과 귀신이 이렇게 마음 나누고 지내도 되는 건지는 알 길이 없었다. 물론 알 생각도 없긴 했다. 예견되었던 이별 하나 넘겼으니 적어도 당분간은 마음 놓고 지내도 되는 거 아닌가 싶고. 일단 당장은, 가끔 제 생각 멋대로 읽고 놀려도 (그래 봤자 이재현이 이주연 놀리는 거 3분의 1도 안 되긴 했다.) 귀 빨개져서 웅얼거리는 이 귀신이 너무 사랑스러우니까. 어구, 부끄럼 타쪄요? 부은 눈으로 어김없이 놀리는데 주연의 눈빛이 심상치 않다. 어라, 나 지금 공중에 붕 뜬 거? 나 지금 귀신한테 들린 거? 분위기가 심상치 않은데 귀신이랑 그거… 해도 되는 건가? 잠시만, 야, 주연아 너 지금 다 듣고 있잖아. 야, 야. 이거 되는 거냐? 잠시만, 잠시만. 나 전화 한 번만, 주연아?
즐겨 그냥. 에라 모르겠다, 재현이 주연의 목에 팔을 둘렀다. 언제 또 예고 없이 이별이 찾아올지 모르겠지만, 일단 이주연이 이재현에게 묶인 이상 그럴 일도 없으려니 하는 거지 뭐. 크게 달라질 건 없다. 귀신 이주연 인간 이재현, 한 달 계약에서 무기한 계약 동거가 시작된 것뿐이다. 그리고 앞으로는 이재현이 화장실에서 머리 싸매고 있지 않을 거라는 것. 그것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