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he Opposite


히토리쟈나이 下

이죽살

주연은 어느 순간 자신을 로봇이라 생각하기로 했다.

기름 대신 빨갛고 비린내 나는 액채가 흐르는, 표면이 물렁하고 유약한, 배기관에서 내뿜는 증기 소리(숨소리)가 들리는.

 

주연은, 사실 로보트다.

 

주연은 오늘 공연에 나가지 않았다. 공식 트위터는 오늘 엘제이는 존재에 대한 철학적 의문으로 인해 불참한다고 공지했다. 불참 소식을 그런 식으로 전하는 것은 이들의 소소한 유머이자 컨셉의 연장선이었지만, 그 즈음의 주연은 진지하게 존재에 대한 의문을 갖기 시작했다. 나는 정말 로보트인가 인간인가. 비밀 연애 끝에 상의되지 않은 결별 트윗이 올라오고 며칠 후의 일이었다.

 

여름나기가 힘든 일본은 집 구조가 여름에 특화되어 있어 겨울이 되면 견딜 수 없이 추운 것을 알았지만 주연은 언제부턴가 보일러조차 틀지 않고 몇 번의 겨울을 보냈다. 죽은 듯이 침대 위에 달라붙어 숨을 쉬었다. 전기장판도 없는 세상은 지옥이라고 생각했다. 언 나뭇가지 같은 손발가락을 매달고 사시나무처럼 꼿꼿하게 누워 재충전의 시간을 가졌다. 그렇게 삶에 대한 아무런 의지도 없이 산송장 체험을 하고 나면, 비로소 방 안을 떠돌던 가마푸르레한 어둠이 혈액 안으로 체화되는 것 같았다.

그리고 아무 일 없다는 듯 끼리릭 허리를 일으키면 방금 전의 이름 모를 감정들은 모두 산화되어 어디론가 흩어졌다.

 

아픔은 통각의 범주였지만 고독과 허무는 정신엔진()에 영향을 끼치는 버그에 가까웠다.

그래서 로봇도 가끔은 침잠했다. 더 깊고 깊은 누군가의 목구멍 속으로.

 

어린 주연은 비포장도로를 달리다 넘어져도 울기를 택하기보단 자신을 로보트임을 상기하며 그 아픔을 다른 신체 부위에 분산시켜 애써 무시했다. 자화상을 그리게 시켜도 로보트를 그렸다. 선생님의 묘한 차별도 그저 자신이 다른 ’()이기 때문에 겪는 차별이라 생각했고, 그렇게 자신이 겪는 모든 부당한 일들은 모두 자신이 인간과 다른 종이기 때문이라 생각했다.

 

정체성의 확립 이후론 크게 웃지도 울지도 않았다. 그렇게 모두가 곁을 떠나도, 전 애인들이 우짖으며 집안 모든 물건들을 부수며 사랑을 갈구해도. 아주 다행스럽게도, 주연은 아무런 감정을 느낄 수 없었다. 어릴 때 로보트는 유일한 친구여서, 온갖 로보트 모형을 사모으고 말을 걸었다.

 

얘야, 친구들이 놀아주지 않니?

 

아니. 어린 주연은 냉소했다. 그는 진정 친밀한 동족과 어울리기를 택한 것이다.

 

어느 순간부터 그는 칼을 맞고도 멀쩡히 돌아다닐 수 있을 것만 같았다는 착각까지 일었다. 먹는 것(연료)가 시원치 않아도 그럭저럭 생을 연명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렇게 가장 강한 존재가 된 것만 같았다.

 

아픔도 고통도 절망도 외로움도 모두 초월한 존재.

 

사실은 클럽 바카날리아의 스테이지 가운데엔 사키가 아닌 자신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인간들을 이끄는 치고 너무나도 유약했다. 가장 실망스러운 것은 그 동정심이었다. 사실은 자신을 바카날리아의 일원으로 만들게 한 그 동정심.

그녀는 너무 인간다웠다.

 

 

 

아주 짧은 며칠 간 그녀와 사귀게 된 것은 순전히 그녀의 의지였다. 시부야 한복판 길거리에서 버스킹을 하며 전전하다 더없는 행운으로 지하세계 No.1 보컬 사키하다 양의 레이더망에 걸려 캐스팅 되고, 하루 아침에 사키 밴드의 일렉기타를 맞게 된 것 뿐이었다. 그렇게 편의점 알바와 버스킹으로 충당했던 수입이 순식간에 10배로 불어난 것도, 세를 내서라도 작은 아파트(한국의 빌라 같은 형태)를 얻을 수 있었던 것도, 말도 안 되는 꿈만 같은 일이라고 생각했다.

엘제이, 나랑 사귀어주세요. 그녀는 엘제이를 보고 첫눈에 반했다고 했다. 그리고 타지에 와서 음악을 하는 자신이 불쌍했다고. 승낙은 감사의 표시였고, 답지 않은 가식은 그리 오래 가지 못했다. 그러나 헤어짐의 이유에 가장 결정적으로 작용한 것은 그녀가 여름감기에 걸렸을 때 해준 카레 때문이었다. 그 카레는 한바탕 속을 게워내고 싶을 정도로 맛이 없었다.

 

그들은 유명인이 된 도리로 비밀연애를 유지했지만 황색언론은 밴드씬이 아닌 아이돌씬의 열애설을 파고드는 데에 좀 더 집중했다. 그래서 공연이 끝나면 함께 밥을 먹거나 서로의 집을 방문했다. 물론 사키의 팬들이 맨션 아래까지 따라오는 바람에, 그들은 조금의 텀을 두고 다시 만나야만 했다.

 

그녀가 카타스트로피의 기타줄 대신 엘제이의 불거진 갈비뼈를 튕길 때마다 주연은 낮게 불협화음을 냈다. 그만해. ? 간지러워.

그녀의 철학은 그랬다. 사랑은 가시적이지 않은 추상적인 개념이니까 사랑하는 사람의 모든 것을 더듬어 그것을 느끼고 만져야 한다고. 동의할 수 없었다. 차가운 손으로, 땀이 베인 손으로는 남의 살을 쓸고 만지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사랑은 가시적인 것이라 생각했다. 그렇게 발기부전이 아니냐는 치욕스러운 말에도, 주연은 그럴 지도 모른다고 답했다.

나를 왜 좋아해? 싱글 침대 위에 나른하게 뒹굴며 몇 번이나 물었던 말에 그녀는 늘 악마의 은총이 깃든 날선 얼굴과 슬림한 몸매/근육, 군데군데 굶주린 들개처럼 드러난 뼈라고 답했다.

주연은 그 질문에 반대로 대답할 수 없었다. 얕은 데이터 베이스로는 무엇이 옳은 정답이고 틀린 오답인지 판단할 수 없었다. 할말이 없어서 입을 맞추면 몸 안의 전기배선에서 작은 스파크가 일었고, 그 뿐이었다. 집은 마치 시체의 입 속 같았고 누군가의 식은 혓바닥 위에 뒹구는 둘은 그저 삼키면 없어질 허무할 것들 같았다.

 

그런데 그런 집을 재현이 오가기 시작했다. 술에 꼴은 채로 세븐일레븐 앞에 봉지를 한아름 안아들고 비틀거리던 주연을 집에 데려다주고 난 뒤부터였다. 기를 쓰고 얼굴을 가리려는 주연에 재현은 우리 둘은 남자니까 염문설은 커녕 팬들이 친목이라고 좋아할 것이 분명하다고 했다. 생각해보니 그랬다. 왜 처음부터 지레 겁을 먹고 재현의 후드 모자를 당겼는지. 술에 취해있으면서도 수긍할 수 밖에 없는 소리였다.

 

비틀걸음으로 간신히 집에 도착하자 술이 조금 깼다. 열쇠를 받아 문을 연 재현이 스위치를 켜며 집 안의 불을 켰다. , 뭐 좀 먹을래요? 대답할 틈도 주지 않은 채 주연이 간이밥상을 펴자 방바닥에 앉아있던 재현은 잠자코 그를 올려다봤다. 너 지금 요리할 수 있어? 그럴 정신머리야? 일갈의 의미가 아닌 질문이었는데, 주연은 괜히 눈에 힘을 주었다. . 할 수 있어요. 일단 냉장고에서 맥주와 간단한 안주거리를 꺼내 건네곤 냉장고 안을 한참을 들여다본다. 지이이잉. 어쩐지 맥아리 없는 기계음과, 깜빡거려 꺼지기 직전인 전등, 그 아래 나뒹구는 계란 몇 개와 장 본 봉지 째로 집어넣은 것들. 눈알 굴려 그 차가운 황야를 주시하다 허리를 곧추세우고 냉장고 문을 닫았다. 주연아 집이 왜 이렇게 썰렁하니. 하는 소리엔 이제 겨울이니까요. 당연한 소리로 맞받아쳤다. 아니, 보일러 안 틀어? 이제 틀 거예요, 이제그런데 보일러를 어떻게 켰더라?

 

그때 맥주캔을 따 한 입 마셔본 재현이 퍽 심각하게 말했다.

 

주연아. 맥주는 히야시가 전혀 안 됐는데? 냉장고에서 꺼낸 거야?”

.”

고장난 거 아니야?”

?”

비켜봐.”

 

재현이 일어나 냉장고 앞의 주연을 밀치고 냉장고 문을 연다. 주연이 감추고 싶어했던 차가운 황야의 민낯이 그대로 드러난다. 퀴퀴한 냄새까지 나고 있는 것 같았다. 제 몸에서 나는 것도 아니었지만, 점점 심각해지는 그의 표정에 주연은 마치 그가 제 몸을 들추어 생경히 살갗 위로 움직이는 뼈를 본 것처럼 수치스럽게 느껴졌다.

주연아. 감찰 끝에 허리를 피고 냉장고 문을 닫은 재현이 무거운 공기 속에서 입을 열었다.

 

이거 언제 고장났어?”

기억 안 나요.”

너 그럼 뭘 먹고 살았어 여태?”

⋯⋯⋯.”

썩은 걸 주워먹고 살았던 거야, 여기서 혼자?”

 

주연은 그저 쭈뼛거렸다. 그냥 편의점에서 먹었는데말 끝을 흐리자 이재현이 착잡하다는 얼굴을 했다. 그냥 냉장고인데. 그저 평범한, 냄새나는 냉장고인데.

 

안 되겠다. 너 냉장고부터 고쳐.”

돈이 없어요.”

내가 줄게.”

?”

 

재현이 당장 침대 위에 걸쳐놓은 자켓에서 지갑을 꺼내더니 간이밥상 위에 지폐 몇 십장을 꺼내 놓았다. 이게 뭐예요? 그때가 되어서야 술이 완전히 깬 주연은 밥상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아 그가 건네는 지폐뭉치를 보았다.

 

밥은 먹고 살아야지. 그래야 살지. 바보야?”

바보는 아닌데

⋯⋯⋯.”

 

고작 맥주캔인데. 고작 히야시 되지 않은 맥주에 재현은 온맘을 다해 정말로 속상하단 얼굴을 했다.

 

주연아 나는. 시발 속이 상하려고 그런다. 이거 먹고 지금 속이 다 상했어. 속상하다고.”

 

주연은 그를 다 이해할 수 없었다. 본능적으로 돈을 세어보려 들어올린 엄지를 다시 꾹 눌러 재현에게 들이민다. 받기 부담스러워요. 내숭 떨지 마. 정말로요. 호스트바에서 일한 적이 있었으면 이 돈을 받기가 좀 더 쉬웠을까? 꾸역꾸역 거부하는 주연에 재현은 그를 번갈아보다 한숨과 함께 다시 돈뭉치를 받든다.

 

그럼 내가 밥 해줄게. 너 밥 제대로 안 해먹지. 마른 거 봐. 근데 근육은 있네. 뭐야.”

 

재현이 스스럼없이 팔근육을 주물거렸지만 불쾌감이 들진 않았다. 오히려 손가락마디까지 손길이 닿을 때면 좀 더 만져주었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손이 따뜻했으니까. 침대 아래 기대어 나란히 앉은 주연이 물끄러미 재현을 바라보다 말했다. 자고 갈 거예요? 그가 피곤한 눈두덩이를 부비며 나른한 기지개를 켰다. 그럴게. 공연해서 피곤하다. 주연은 집 안의 불을 끄고 어둠 속에서 편한 옷으로 갈아입었다. 재현에겐 하얀 무지티를 주고 자신은 검은 무지티를 입었다. 그리고 침대 아래로 기어와 아까처럼 똑같이 나란히 등을 기댔다.

형이 침대에서 자요. 그래 넌 옆에서 자. 재현은 쓸데없이 결정을 늦추는 말을 하지 않는다. 명과 암처럼 나란히 들어앉아 고개를 기울여 주연의 어깨에 고개를 기댔다. 달빛을 등지고 앉은 주연이 고요 속에서 가만히 입만 움직였다. 내일 아침이면 사라져 없어질 것 같아요. 그 어둠으로 고개를 내밀어 관객들의 말소리를 상기하던 재현이 나즈막이 되물었다.

 

뭐가?”

현재요.”

그건 매일 그렇잖아.”

날 오래 보고 싶지 않아요?”

나 말하는 거였어?”

 

재현이 제 무릎을 끌어안았다.

 

넌 오래 안 보고 싶은 애한테 밥 해준다고 그러니.”

 

김장 한다며. 김치볶음밥 해줄게 내가. 너보다 더 잘할 수 있어.

또 듣고 보니 그랬다. 재현의 말엔 수긍할 수 밖에 없는 마력이 있는 것 같았다.

재현은 고개 젖혀 집 안의 천정을 주시한다. 얼마 못가 꺾어지는 벽면과 싱크대, 그 흔한 찌라시도 붙어있지 않은 냉장고, 그리고 다시 이곳 거실 겸 침실까지. 선반 위에 진열된 로보트 피규어 몇 개가 눈에 띄었다.

둘러보는데엔 20초도 소요되지 않았다. 오히려 깔끔해서 이상했다. 숙소살이를 하며 남자들의 위생관념에 심각한 의문을 품었던 재현이었지만 주연의 집은 세탁기 주변도 깔끔했고, 밖에 급하게 나가느라 쌓여버린 흔한 옷무덤도 없었다. 그런데 그게 꼭 언제 집주인이 사라져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사람의 흔적이란 느껴지지 않는 적막의 집 같았다.

재현이 몸을 한 번 부르르 떨었다. 물론 지금이야 환절기였지만 이 집은 그 자체로도 냉기를 뿜고 있는 것 같았다.

 

그러고 보니 이 집이 저 냉장고 같다 주연아.”

 

이번엔 주연이 제 목덜미에 어리광을 부리듯 고개를 부볐다. 우리 계란 두 쌍이에요? 아니. 넌 짜다 만 캐챱이고 나는. 형은요? 나는 썩은 브로콜리. 흐흐 웃었다. 쓸데 없는 소리였다. 재현은 먼저 침대 위에 올라가 창문 쪽으로 등을 돌려 낮게 읊조렸다. 주연아. 왜요?

 

냉장고 고쳐.”

 

그리고 잠에 들 때까지, 램수면의 골짜기 속으로 빠져들기 전까지, 재현은 줄곧 그 소리였다.

 

 

그 뒤로도 서로의 공연을 보러 다녔다. 엘제이가 피크를 물고 눈을 까뒤집으며 일렉기타를 연주할 때의 모습, 하니겐이 횐절기에도 니삭스에 멜빵 반바지를 입고 춤을 추며 노래를 부르는 모습이면의 것들이 눈에 들어오면서는 배때지에 보이지 않았던 전기배선의 불이 탁 켜진 것 같았다. 사람들이 열광하는 모습과는 다른 이면을 알았다. 그것으로도 주연은 굉장한 특권을 가진 것 같았고, 가끔은 왜 저렇게 남 앞에서 궁둥이를 흔들지따위로 남몰래 속으로 그의 직업 에티튜드에 월권을 부리기도 했다. 하니겐의 팬 라이트 색은 빨간색이었는데, 빨간색 라이트를 본 사람들을 은근히 조소하기도 했다.

그야 저렇게 가닿지 못할 무대 위를 치켜보며 우짖는 사람보단 낫다고 생각했으니까.

 

주연은 라이브가 끝난 후 진행되는 특전회에도 종종 모습을 나타내 체키(폴라로이드)를 찍어갔다. 하니겐은 그날 할로윈을 맞아 펌핑된 가슴근육이 드러나는 망사 의상 위에 망토를 입고, 딱 달라붙는 레자바지에 악마뿔 머리띠를 쓰고 있었다. 할로윈 라이브를 맞아 한참 더 늘어진 것 같은 줄에 주연은 고개 내밀어 줄 앞을 기웃였다. 다른 멤버들의 줄보다 그의 줄은 늘 압도적으로 길었다.

하니겐은 팬들의 요구에 응해 무릎을 꿇기도 하고, 볼 안에 혀를 굴리며 껄렁하게 양손 fxxk you를 날리기도 했고, 야쿠자처럼 고개를 한껏 처들고 어깨동무를 했다가, 한 마리의 요염한 고양이가 되기도 했다⋯⋯ 그의 투철한 직업정신에 감탄하면서도 한편으로 주연은 어째서 이재현이 이곳까지 추락했을까 궁금했다.

 

기도하듯 고개를 한껏 젖히고 조명에 젖은 얼굴로 눈썹을 찌푸리는 섬세한 컨트롤. 하니겐의 엔딩.

그가 제 눈을 마주 보고 선물해준 노래처럼 연극이 끝나고 난 뒤에도 꺼지지 않을 불멸의 아름다움.

 

그것이야말로 지하로 추락한 천사의 모습이라고 생각했다.

 

모자를 깊게 눌러쓰고 그 위에 후드모자를 덮어쓴 수상한 남자는 몇 십분의 기다림 끝에 자기 차례가 돌아오자 마스크를 눈 바로 밑까지 끌어올렸다. 발걸음은 당연하게 하니겐의 곁으로 향했다. 투샷체키를 위해서였다. 다른 멤버들도 이젠 그가 하니겐의 오시()임을 알아 한 걸음 물러서 병풍을 자처한다. 당연하게 제 곁으로 온 주연에게 하니겐이 앞을 보며 낮게 속삭인다. 다른 애들이랑도 좀 찍지? ? 형이 제일 예뻐서. 재현이 홱 고개를 돌렸다. 시선 끝의 주연이 뻔뻔하게 눈썹 한 쪽을 으쓱였다. 정말인데.

 

하니겐. 다른 멤버들은 다 바보 같아그나저나.”

 

やばいね.

 

주연의 시선은 한껏 치장한 재현의 머리부터 발 끝을 진득히 핥아내렸다. 재현은 내색치않고 당장 앞을 바라봤다.

 

앞에서 자 하나 둘! 소리가 들렸다. 하니겐은 앞을 보며 주연의 어깨 위로 자연스러운 척 어깨동무를 했다. 주연은 하니겐의 허리를 터치했다. 야 허리는 좀. , 같은 남잔데? 그러고보니 남자끼리의 스킨십은 조금 더 자유로운 면이 있었다. 옆에 서있는 스즈키의 눈도 그렇게 살벌하지 않은 것을 보면 확실했다. 재현은 수긍하여 폴라로이드 기계 렌즈를 응시했다. , 빛이 터지는 순간.

 

체키 기계가 빼꼼 내미는 사진 속엔 순간 허리를 끌어당겨 완전히 밀착한 두 몸뚱아리, 동그래진 하니겐의 눈, 그리고 눈깔이 개눈깔이 된듯 삼백안을 뜨고 하니겐의 어깨에 고개를 기대 반항적으로 엄지 접은 사키피쓰를 날린 엘제이가 있었다.

 

 

어느 순간부터 재현의 두 손엔 묵직하게 장거리를 봐온 봉지가 들려있었다. 향하는 곳은 주연의 집. 그 일과는 재현의 생활패턴에 한해, 취침해야 하는 낮 시간에도 지속되었다. 일종의 밤일이었던 지하아이돌은 낮이면 잠을 지거나 숙소에 가만히 있어야 하는 것이 원칙이었지만 재현은 늘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숙소를 나섰다. 약기운에 취해 척추뼈를 말고 침대 구석에 쳐박혀 누워있던 주연은 어느순간 재현의 방문으로 아침을 맞이했다. 어느 날엔 미소시루, 어느 날엔 함바그, 어느 날엔 오므라이스. 카레 냄새가 나는 날엔 유독 눈이 번쩍 떠졌다. 그리고 이재현이 얼마나 알뜰했냐면, 요리 재료로 쓴 것은 전부 전날 마감 세일 딱지가 붙어있는 것들이었다.

 

잠깐만 형.”

?”

나 메이드 카페처럼 해주세요.”

 

오므라이스 케챱을 뿌리려던 찰나 퀭한 얼굴로 실실 웃으면 이재현은 내숭없이 맞장구친다. 존나게 맛있어져라! 굵직하게 소리치면 이주연은 속절없이 쓰러진다. 형 그건 고지라, 아니 레슬링 선수 카페 같잖아요. 페이스락! 따위의 기술명을 외치며 목을 졸라도 좋다고 웃었다. 그만해요, 그만. 웃으면서 그런 얘기를 한 건 아마 처음이었다. 이제 곰팡이가 좀 먹은 벽면은 특전회에서 찍은 체키 사진들로 가득했다. 데코를 맡긴 숙제체키주연은 결단코 내키지 않았던 단체체키까지.

 

주연. 맛있어? 형이 백화점 가서 사줄까?”

 

하니겐의 가면을 벗고 하얀 무지티에 추리닝 바지를 입은 재현은 마주 앉아 밥을 먹을 때 자주 주연의 반응을 확인한다. 그는 음식을 해준다는 구색이 아니라 음식 그 자체에 초점을 맞추는 것 같았다. 그러면 주연은 그저 터질 듯한 볼을 하고선 엄지를 치켜들었다. 충분하단 소리였다.

 

11월이 되자 보일러와 냉장고를 고쳤다.

 

문득 그가 다른 팬들과 투샷체키를 찍을 때마다 주연은 하니겐은 우리집에서 나의 밥을 해주는 사람이라는 것을 은근히 과시하고 싶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 자고 일어나면 폭탄을 맞은 것처럼 부풀어오르는 부시시한 곱슬머리가 엄청 귀엽다는 건, 영원히 혼자만 아는 비밀로 남겨두고 싶었다.

 

재현.”

⋯⋯?”

너 진짜 썩은 브로콜리네.”

 

정말이지 이것만큼은 들키고 싶지 않아서, 주연은 막 잠에서 깬 (썩은) 브로콜리를 숨도 못쉬게 껴안아버렸다. 주연아. , . 아 숨!!! 재현이 가슴을 밀쳐내면 변태 같이 헤벌쭉 웃는 주연이 보인다.

 

뭐야? 뭐하잔 건데? 너 임마?”

곱슬머리 귀엽다.”

아 콤플렉스야 나갈 때마다 펴야 돼.”

펴지 마요.”

나 맨날 모자 쓰고 다니는 거 안 보여?”

그럼 꽁꽁 감춰서 아무한테도 보여주지 마요. 나만 볼게요.”

 

? 제발. 재현이 헛웃음 지었다. 이 새끼 브로콜리 볶기 선수네

 

 

재현은 어느 날 쪼그려앉아 냉장고 문을 열었다.

지이잉.

전보다는 생기 있어짐 것 같은 기계음. 먹다남은 음식들, 그러나 완전히 버려진 것들이 아닌 다시 꺼내먹을 음식들, 그리고 여러 식재료들과 간식들. 먹음직스럽게 흔들리는 푸딩. 주연이가 좋아하는 엑셀 슈퍼컵 몇 개.

그 광경을 내려다보단 재현은 히, 웃었다. 어느새 잠에서 깨 등에 업히듯 자신을 안은 주연에게 말했다. 주연아. 이제 꽉 채워졌지? . 혼자서도 요리할 수 있겠지? 주연이 등에서 고개를 때 아무말 없이 그를 바라보았다. 아니.

 

그는 주연을 피하지 않는다.

그렇게 주연이 부엌에서 소일거리를 하는 등을 껴안아도.

피곤에 지쳐 잠든 그의 차가운 손을 멋대로 주물러도.

같이 시민 케인을 보며 아무렇게나 신체 일부를 끌어와 품에 안아도.

 

그는 피하지 않는다.

 

자 주연아. 일단 다마내기를 많이 넣어. 팍팍 넣어. 햄이랑 무조건 많이. 김치가 아니라 양파 볶음밥 만드는 것처럼 해야돼. 그래야 맛있어. 후라이는 반숙.”

 

재현이 한인마트에서 김치를 한가득 사온 날, 집 안에는 볶은 김치 냄새로 가득했다. 어느새 설탕, 소금, 소량의 간식 따위로 가득해진 찬장에서 설탕을 꺼내 뿌리고 양파를 손질해넣었다. 주연은 숟가락과 물컵을 놓고 몸을 붙여 구경했다. 나 응원봉 라이트 형 상징색으로 산 사람들 뒤 밟을 거예요. 도대체 왜 그러는 건데? 따위의 실없는 소리를 하던 중이었다. 칼질을 하는 그의 손에 시선이 꽂혔다.

 

가느다랗고 정갈한 뼈대, 울긋하게 올라왔다 꺼지는 기계의 부품 같았다.

 

이 또한 만지고 싶었다. 그의 신체 일부를 만지고 싶다는 생각은 무의식의 주변 속에 늘 있는 생각이었다. 시간과 장소를 불문하고 만져보고 싶었다. 늘 확인하고 싶었다.

 

그는 인간인가 동족인가?

 

이번도 역시 마찬가지였다. 마치 가정주부라도 된 것 같이 익숙한 하치니 하니겐의 칼질.

 

주연은 무람없이 팔을 뻗어 재현의 손을 끌어당겨버렸다.

 

!”

 

짧은 비명이 터져나왔다. 살점이 벗겨졌다. 그 사이로 피가 질질 새어나왔다.

 

야 뭐해?”

 

개의치 않았다. 차라리 이 피냄새가 좀 더 진동했으면 했다. 살점을 꾹 누르자 피가 울컥 삐져나오고, 아악! 하는 고통스러운 신음소리가 터져나왔다.

 

어라, 그는 로 보 트가 아 니었다. 인간이었다.

 

야 뭐하냐고!”

⋯⋯?”

 

꾸짖는 소리에 주연이 꿈에서 깨어난듯 눈을 퍼득 떴다.

 

피가 바닥까지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당혹스러운 얼굴을 한 재현이 주연의 손을 뿌리치고 얼른 화장실로 달려갔다. 주연의 손금엔 어느새 재현의 피가 고여있다. 김치볶음밥에선 연기가 나고 있었다.

그날 둘은 타버린 김치볶음밥을 먹어야 했다. 한 사람은 붕대를 두른 채.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재현은 그대로 먹지 않은 밥을 싱크대에 쳐박았고, 바닥을 적신 피를 닦은 후 집을 나갔다. 혼자 남겨진 주연은 침대 아래로 거꾸로 머리를 떨구어 침대 위 진열대의 로보트 친구들에게 물었다.

 

내가 뭘 잘못한 걸까?

 

핏자국 난 손을 내려다봤다.

그들은 모른다며 대답하지 않았다.

그야 걔네는 심장이 없었으니까.

 

 

공교롭게도 그 뒤로는 매그놀리아 보이즈의 도쿄 순회 공연이 잡혀있었다. 그래서 일주일 간 주연의 집엔 아무도 찾아오지 않았다. 공연이 끝나고 나면 사케를 진탕 마시게 집에 들어가 아무런 생각도 할 틈 없이 자버렸다. 빈 속에 먹은 사케 때문에 변기를 붙잡은 적도 있었다.

 

역시 그즈음엔 무언가 이상했다.

 

주연의 속에서 이상한 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덜그럭 덜그럭. 본래 고철덩어리에서 나는 소리였지만 그가 떠난 이후론 뱃가죽에서 이상한 소리가 났다. 당연하겠지만, 그가 떠난 이후론 제대로 된 끼니를 먹은 적이 없었다. 스테이지 위로 올라가기 전 화장실 세면대 앞에서 멀뚱히 제 얼굴을 들여다보았다. 치렁한 이어커프, 움푹 패인 볼과 꺼진 눈 밑. 조금 덥수룩해진 뒷머리. 늘 같은 행색이지만, 꼭 다른 사람 같다. 아니 꼭 뼈가 드러나게 굶주린 짐승이다.

 

주연은 그날도 조명에 조금 비켜서 기타를 딩딩 쳤다. 손마디에는 붕대를 감았다. 질리도록 연주한 캐논이다. 문득 그는 사키처럼 꽥꽥 소리를 지르고, 부수고, 목구멍 끝까지 칼을 집어넣는 기행을 하며 화려한 조명 아래에서 모든 것을 초월하고 싶었다. 탈피하고 싶었다. 탈선하고 싶었다. 전자회로 속에 오가는 전자파 그 궤도를 이탈하고 싶었다. 전기배선의 선들을 모조리 반대로 꽂아버리고 싶었다.,어디부터가잘못 되 었지?그의피 를 만 졌을때 부터?이깡 통속에요동치는 감정의소 용돌이!삐리릭!삐리릭!⋯⋯⋯

 

침대 아래로 고개를 떨구고 있던 제이는 기타(카타스트로피)를 껴안고 있다가 문득 두 눈을 번뜩이며 개안했다.

시계초침 대신 들리는, 나사 빠지는 소리.

 

눈물이 거꾸로 떨어졌다. 로봇은 느낄 수 없는 감정들이 지금 막 그의 혈관 속에서 스파크를 튀기며 태어나고 있었다. 고독함. 외로움. 허기짐. 그리움. 파직! 연모. 애정. 원망. 파직! 사랑 동경 애착 파직!파지직!

 

불 꺼진 방 안. 그는 지당히 괴로워해야했다.

이재현, 그가 먹인 모든 것들이 기어코 그를 사람으로 변모시키고 말았다. 세상에!

 

 

 

 

 

 

대기실의 다이라가 결국 소파 끄트머리에서 머리를 박고 있던 제이에게 건지시 말했다. 제이, 드디어 너()도 정신병 걸렸어? 제이는 답하지 않았다. 너도 귓구멍 콧구멍, 구멍이란 구멍에 대마 꽂아봐. 기분 죽인다? 예술가라면 대마지! 닥쳐 다이라. 제이는 소파에 앉아 쩍 벌린 다리 사이로 고개를 집어넣었다.

 

요즘 5ch 보면 제이, 너 보고 탈퇴하라는 소리가 많던데? 알고 있는 거야? 공연 전에 미리 와인으로 흠뻑 음주를 하고 온 마츠다가 얄밉게 혀를 빼어물고 담배를 물며 말했다. 아아. 또다시 별 관심 없다는 대답과 함께 뒷목을 주무른다. 너 계속 공연을 하고 싶은 게 맞는 거야? 여태 로보트로 살았던 주연이 소화하기엔 벅찬 감정들이 그의 위 속에서 꿈틀대고 있었다. 공연서도 삐끗, 실수하기 마련이었고 상의없이 스케줄을 펑크낸 적도 있었다.

 

 

보고 싶어

보고 싶어요

보고 싶어

보고 싶어요 いたいです 04:17

 

 

주연은 하루에 몇 번이고 화면을 밀어서 잠금해제 시켰다. 새벽에 아무렇게나 보낸 문자에 대답이 없었다. 엘제이, 듣고 있어? 너 때문에 공연의 퀄리티가 떨어진다고! 네가 높은 계급의 천사면 다냐, ? 말 같지도 않은 소릴 해대는 마츠다의 말은 들리지 않았다. 혼자 점점 격양되어 언성이 높아져도 주파수가 맞지 않는 소리들은 전부 차단되었다. 있잖아 너희 둘이 사귀었을 때! 그때 얼마나 우리 밴드가 난항이었는지 알기나 하냐구! 제이 너도 그때 스토커 붙고 말이야, 나한테까지 난리였다고!

 

마츠다는 주제를 모른 채 결국 소파 턱걸이까지 상체를 기대어 엘제이에게 얄밉게 속살거렸다.

 

엘제이, 너 솔직해져봐. 사키랑 몇 번 잤다고 일렉기타 자리 꿰어찬 거지? 사키 가슴은 어땠냐? 공유 좀

 

짜악. 주연이 고개를 들었을 땐 이미 마츠다의 고개가 돌아가있었다.

그리고 얼굴에 열꽃이 피듯 달아오른 사키가 막 들어온 대기실을 다시 박차고 나갔다. 대기실엔 위화감이 가득 들어찼다. 공연이 시작되기 10분 전의 일이었다.

 

동정심 많은 사키, 그녀가 진정 신이라면 그까짓 말실수에 개의치 않을 것이다. 그리고 엘제이, 그가 진정 로보트였다면, 그까짓 더러운 모욕에 분개하는 일도 없었을 텐데.

 

. 벌떡 일어선 엘제이는 사키가 때린 반대편 뺨을 향해 주먹을 갈겼다. 순식간에 양쪽 뺨을 맞은 억울한 마츠다는 꺼벙하게 눈을 깜빡이다 엘제이의 배에 주먹을 꽂았다. 그렇게 몇 번 이유없는 주먹이 오갔다. 보다못한 다이라가 한쪽을 막아세울 때까지. 열이 몸이 휘감는 느낌은 분명 분노이다. 정돈되지 않은 숨을 아무렇게나 내뱉던 제이는 세워둔 기타가방을 매고 대기실을 박차고 나섰다. 사키를 찾을 생각은 아니었다. 어딘가에 차분히 축적되어있던 분노는 미친 경주마처럼 질주를 하기 시작했다. 그녀가 숨을 거둔 그 순간부터 모든 감정을 차단시키고 그저 머리로만 흉내내기로 한 로보트는 결국 참아왔던 모든 감정들을 토해낸다. 엄마가 죽었을 때. 그리고 일본으로 떠밀리듯 당도했을 때. 낯선 곳에서 다른 종족의 이질감 섞인 시선을 감내해야만 했을 때. 가출을 감내하고서 펼쳐진 여러 일들. 이재현의 차가운 손을 만졌을 때.

 

주연은 악골이 드러날 정도로 이를 악 물고 밤의 육교를 내달렸다. 쿵쿵, 기타가방에 채이는 발 때문에 카타스트로피는 비명을 내질렀다. 범람하는 감정들이 모조리 튀어나가고, 그야말로 재앙이었다. 내 살을 닳게 하는 것도 붙이는 것도 그 사람이었으면 했다.

 

그리고 주연은 일종의 실험을 설계했다.

이재현 그는 동족인가.

 

 

배고파요

배고파

배고파요

굶어죽을 것 같아

나 곧 아사해요

 

 

당연하게도 답장은 오지 않는다. 주연은 싱크대 아래 쪼그려앉아 파칭코에서 방치 당하는 아이처럼 손톱을 물어뜯었다. 형은 지금 어디서 무얼 하려나. 야바이, 소리가 절로 나오는 치마를 입고 그 무시무시한 밤의 짐승들 앞에서 판치라를 하고 있는게 아닌가. 지하 아이돌이라면 그런 수치쯤은 아무렇지도 않게 넘겨야 하는데. 형은 나처럼 수치도 슬픔도 모르는 사람이던가.

 

화려한 조명 아래 그가 생각났다. 어둠 속에서 단번에 자신을 찾아낸 섬광 같은 사람 하나, 짧았던 만남, 더없이 인간다웠던 지난 날들.

 

매정한 인간은 답이 없다. 주연은 꺼진 눈 밑으로 연달아 보낸 메시지를 바라보다 마지막으로 손가락을 놀렸다.

 

 

안녕 さよなら

5:06

 

 

그것을 마지막으로, 그는 스스로 전원을 꺼트렸다.

 

 

 

 

 

지잉.

몇 분 뒤 싱크대 아래서 잠든 주연의 핸드폰이 울렸다.

 

 

18일날 갈게

볶음밥 다시 해줄게.

기다리고 있어

 

 

그의 가설이 옳았다.

그는 인간이었다. 다분히 동정심 많은.

 

 

밥 잘 챙겨먹어 1004

금방 갈게 すぐくよ 5:17

 

 

1004. 재현의 핸드폰은 한글 타자가 없는 폴더폰이었기에 쥬욘대신 쓰는 애칭이었다. 주연은 그게 꼭 자신을 천사라고 불러주는 것 같았다.

 

그러고 한참동안 문자가 없었다. 그것이 망설임을 말하는 것인지 혹은 다른 이유가 있는지 잠든 그는 알 수 없다.

분명한 것은 주연에게 가닿은 여덟 글자 그 뿐이었다.

 

 

잘 자 나의 1004

おやすみ 天使 5:30

 

 

싱크대 아래로 정오의 햇발 한 줄기가 닿았다.

머리에만 고여있던 감정이 늑골을 타고 흘러내려 비로소 심장을 적셨다. 문자를 받은 주연은 그만 탄식하고 말았다.

 

, 이것이 살아있다는 것.

그것은 진정 로보트가 인간으로 변모하는 순간이었다.

 

그리하여 현재의 반대는 미래도 과거도 아닌 그래, 나의 재현.

카타스트로피가 맑게 울었다. , , .


2022